벽암록
약과 병이 서로 치료한다 (제087칙)
약과 병이 서로 치료한다
-[제087칙]약병상치 -
<수시>
-----------------------------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는 아무런 난관도 없다. 어떤 때는 호젓한 봉우리 끝의 우거진 풀숲에 살고 또 어떤 때는 시끄러운 저자 속에서 적나라하게 아무 거리낌없이 거동한다. 또 느닷없이 분노하여 나타태자처럼 머리 셋과 팔 여섯을 휘두르는가 하면 홀연 일면불 월면불처럼 자비의 빛을 내뿜으며 도처에 나타나서 임기웅변의 방편으로 진흙과도 화합하고 물과도 화합한다. 그리고 홀연히 선의 궁극적인 경지에
오르면 부처의 눈으로도 엿볼 수가 없고 가령 천 명의 성인이 나타난다 해도 삼천리 저 밖으로 물러가 버릴 수밖에 없다. 자 그런 인물에 공명할 만한 자가 있느냐?
<본칙>
-----------------------------
운문스님이 대중 법문을 하였다.
“약과 병이 서로 딱딱 맞으니, 온 대지가 약이다. 어느 것이 자기이겠느냐.”
<송>
-------------------------------
온 세상이 다 약이다
이 말을 잘못 안 이 얼마나 많았던가
억지로 재고 깎고
서툰 짓 안 해도 길은 환히 트인 것을
아뿔싸, 실수로다
하늘 위 높은 콧대 단숨에 꺾였구나.
-[第087則]藥病相治 -
<垂示>
垂示云. 明眼漢沒窠臼. 有時孤峰頂上草漫漫. 有時鬧市裏頭赤灑灑. 忽若忿怒那吒. 現三頭六臂. 忽若日面月面. 放普攝慈光. 於一塵現一切身. 爲隨類人. 和泥合水. 忽若撥著向上竅. 佛眼也覰不著. 設使千聖出頭來. 也須倒退三千里. 還有同得同證者麽. 試擧看.
<本則>
擧. 雲門示衆云. 藥病相治. 盡大地是藥. 那箇是自己.
<頌>
盡大地是藥. 古今何太錯. 閉門不造車. 通途自寥廓. 錯錯. 鼻孔遼天亦穿卻.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