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 성인은 행동을 삼가며 싸우지 않는다(20.해노.5)
성인은 행동을 삼가며 싸우지 않는다(20.해노.5)
성인은 행동을 삼가며 싸우지 않는다
- 한비자 제20편 해노[5]-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귀하고 생명을 보호하여 지키며, 오래 살기를 원하는데, 오히려 가난하고 천하며, 요절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음 속으로는 부귀하고 생명을 보지하며, 천수를 다하기를 원하면서도 실제로는 가난하고 천하며, 요절을 면치 못한다면, 그것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가고자 하는 길을 잃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것을 미혹이라고 한다. 갈피를 잡지 못하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한다. 세상 사람들은 지금 가고자 하는 곳에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노자는「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려고 마음먹은 곳에 가지 못하는 것은 지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천지개벽 후로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사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지는 오래 되었다」(노자 제58장)고 한 것이다.
노자는 「방(方)이면 할(割)이 아니요. 염(廉)이면 귀(劌)가 아니며, 직(直)이면서 사(肆)가 아니며, 광(光)이면서 요(耀)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른바 방(方)이란 내심과 외형이 합치되고 언행이 일치됨을 말하는 것이며, 이른바 염(廉)이란 생사를 천명에 맞기고 절(節)을 다하여 재리(財利)에는 담백함을 의미하며, 이른바 직(直)이란 공정을 위주로 하여 마음이 기울지 않음을 말하며, 이른바 광(光)이란 관(官)이 높고 지위가 존경스럽고 복장이 훌륭함을 말한다.
유도(有道)한 인사는 내심과 외모가 함께 성실하다 할지라도, 타락한 자를 나쁘게 말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며, 대절(大節)에는 생명을 희생시킬 만한 각오를 가지고 재리(財利)를 경시하면서도 무기력한 사람을 멸시하고 탐욕한 사람을 욕보이지 않는다. 정의를 지키며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사악한 사람을 추방하고, 사리(私利)를 추구하는 자를 벌하지 않는다. 지위는 존경스럽고 복장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천한 자를 상대로 오만하거나 가난한 자를 기만하지 않는다. 왜 비난하지 않는가 하면 유도(有道)한 인사가 못난 사람을 비난하면 도리어 궁지에 빠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가야 할 길을 잃은 사람이 경험자의 말을 듣고 지자(知者)에게 가르침을 청하도록 하게 되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고자 생각하면서도 도리어 실패하는 것은, 도리를 모르면서도 지식과 능력이 있는 사람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식과 능력이 있는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데, 성인이 그래서는 머지않아 화가 미치고, 실패하게 된다고 책망하면 도리어 성인을 원망할 것이다. 더욱이 세상에는 범인은 범람하고 있으나 성인은 적다. 중과(衆寡)가 맞서지 못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천하의 많은 사람들을 원수로 알고 있다는 것은 목숨을 보전하며 오래 살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그래서 성인은 행동을 삼가며 싸우지 않는다. 그리하여 노자는 「방이면 할이 아니요. 염이면서 귀가 아니며, 직이면서 사가 아니며, 광이면서 요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 韓非子 第20篇 解老[5]-
人莫不欲富貴全壽, 而未有能免於貧賤死夭之禍也. 心欲富貴全壽, 而今貧賤死夭, 是不能至於其所欲至也. 凡失其所欲之路而妄行者之謂迷, 迷則不能至於其所欲至矣. 今衆人之不能至於其所欲至, 故曰:「迷.」 衆人之所不能至於其所欲至也, 自天地之剖判以至於今. 故曰:「人之迷也, 其日故以久矣.」
所謂方者, 內外相應也, 言行相稱也. 所謂廉者, 必生死之命也, 輕恬資財也. 所謂直者, 義必公正, 心不偏黨也. 所謂光者, 官爵尊貴, 衣裘壯麗也. 今有道之士, 雖中外信順, 不以誹謗窮墮 雖死節輕財, 不以侮罷羞貪 雖義端不黨, 不以去邪罪私 雖勢尊衣美, 不以夸賤欺貧. 其故何也? 使失路者而肯聽習問知, 卽不成迷也. 今衆人之所以欲成功而反爲敗者, 生於不知道理而不肯問知而聽能. 衆人不肯問知聽能, 而聖人强以其禍敗適之, 則怨. 衆人多而聖人寡, 寡之不勝衆, 數也. 今擧動而與天下之爲讐, 非全身長生之道也, 是以行軌節而擧之也. 故曰:「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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