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 선례에 얽매이지 마라(35.외저설(우하).302)
선례에 얽매이지 마라(35.외저설(우하).302)
선례에 얽매이지 마라
- 한비자 제35편 외저설(우하)[302]-
반수가 연나라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이 나라를 자지에게 양위하시는 것이 가장 좋으실 것입니다. 사람들이 요를 현자라고 하는 것은 요가 천하를 허유에게 양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허유는 도무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요는 허유에게 천하를 양위했다는 좋은 이름은 얻었으면서 실제로 천하를 잃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 왕께서 이 나라를 자지에게 양위하신다 하더라도 자지가 듣지 않을 것은 물론입니다. 그렇게 되면 왕께서는 자지에게 천하를 양위하셨다는 미명을 얻을 수 있고, 더욱이 그 결과는 요의 경우와 같을 것입니다.”
그래서 연나라 왕은 국정을 모두 자지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자지의 권세가 크게 확장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반수는 은자였는데 연나라 왕이 사람을 보내어 그를 초빙했다. 반수는 연왕을 만나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지가 익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왕이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반수가 대답했다.
“옛날 우임금이 임종 때, 천하를 익에게 주려고 하자, 우임금의 아들인 계의 일당은 결속하여 익을 공격하였고, 계를 옹립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왕께서는 자지를 믿고 사랑하시며 나라를 양위하시려고 해도 태자의 일당은 관직을 지키며, 자지의 일파를 조정안에 얼씬도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왕이 작고하시게 되면 자지는 익과 같은 운명이 될 것입니다.”
연왕은 이 말을 듣자, 녹 3백석 이상의 관인을 회수하여 자지에게 내주었다. 그리하여 자지의 권세는 회복되어 확대된 것이다.
군주가 자기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 되는 것은 제후의 태도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제후나 그 신하는 모두가 권문의 도당에 불과하다. 또 군주가 자기의 날개로 믿고 있는 것은 동굴 속에 들어 있는 선비들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들 선비는 모두가 권문의 종에 불과하다. 그것은 왜 그렇게 되느냐 하면 생살여탈의 권한이 자지의 손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장은 말했다.
“군주는 조금이라도 사람을 사랑하거나 미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사랑하는 척이라도 하게 되면 이미 그를 미워할 수가 없게 되며, 미워하는 척이라도 하게 되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연나라 왕이 나라를 자지에게 전해주려고 그 일에 관해서 반수에게 상의를 했더니 반수가 이렇게 말했다.
“우는 익을 사랑한 나머지 천하를 익에게 주는 한편, 태자인 계의 일당을 관리로 임명했습니다. 우가 노년이 되어 태자인 계에게 천하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천하를 익에게 계승시켰습니다. 그런데 권세가 완전히 계의 것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계는 그 도당과 결속하여 익을 공격하여 익이 우에게서 이어받은 천하를 빼앗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생각해 볼 때, 우는 명목상으로는 천하를 익에게 계승하여 주었으나 실제로는 태자인 계가 차지한 것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우가 요나 순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 왕께서는 천하를 자지에게 양도하려 하십니다만 관리들 가운데는 태자의 일당이 아닌 자가 없습니다. 그 점으로 볼 때 명의상으로는 천하를 자지에게 주고 그 실은 태자 자신이 차지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왕은 3백석 이상의 관인을 모두 회수하여 자지에게 넘겨주었더니 그의 권세가 확실한 것이 되었다고 한다.
- 韓非子 第35篇 外儲說(右下)[302]-
潘壽謂燕王曰:「王不如以國讓子之. 人所以謂堯賢者, 以其讓天下於許由, 許由必不受也, 則是堯有讓許由之名而實不失天下也. 今王以國讓子之, 子之必不受也, 則是王有讓子之之名而與堯同行也.」 於是燕王因擧國而屬之, 子之大重.
一曰: 潘壽, 隱者. 燕使人聘之. 潘壽見燕王曰: 臣恐子之之如益也.」 王曰:「何益哉?」 對曰:「古者禹死, 將傳天下於益, 啓之人因相與攻益而立啓. 今王信愛子之, 將傳國子之, 太子之人盡懷印, 爲子之之人無一人在朝廷者. 王不幸棄群臣, 則子之亦益也.」 王因收吏璽, 自三百石以上皆效之子之, 子之大重. 夫人主之所以鏡照者, 諸侯之士徒也, 今諸侯之士徒皆私門之黨也. 人主之所以自羽翼者, 巖穴之士徒也, 今巖穴之士徒皆私門之舍人也. 是何也? 奪褫之資在子之也. 故吳章曰:「人主不佯憎愛人. 佯愛人, 不得復憎也 佯憎人, 不得復愛也.」
一曰: 燕王欲傳國於子之也, 問之潘壽, 對曰:「禹愛益而任天下於益, 已而以啓人爲吏. 及老, 而以啓爲不足任天下, 故傳天下於益, 而勢重盡在啓也. 已而啓與友黨攻益而奪之天下, 是禹名傳天下於益, 而實令啓自取之也, 此禹之不及堯· 舜明矣. 今王欲傳之子之, 而吏無非太子之人者也, 是名傳之而實令太子自取之也.」 燕王乃收璽, 自三百石以上皆效之子之, 子之遂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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