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표시를 믿을까 발을 믿을까(32.외저설(좌상).309)
표시를 믿을까 발을 믿을까
- 한비자 제32편 외저설(좌상)[309]-
영나라 사람으로 연나라 재상에게 편지를 보낸 이가 있었다. 밤에 글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어두웠다. 그래서 촛불을 들고 서 있는 자에게「불을 높이 들어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편지에도「불을 높이 들어라」라고 잘못 써넣었다.「불을 높이 들어라」는 내용은 편지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었으나 연나라 재상은 이 편지를 받아보고 이렇게 설명했다.
“「불을 높이 들어라」라는 말은 밝음을 숭상하는 뜻이며, 밝음을 숭상한다는 뜻은 현명한 사람을 높이 추대하여 그에게 맡기라는 뜻이다.”
그리고 연나라 재상은 이 사실을 왕에게 말하자 왕은 기뻐하면서 그대로 실천했다. 그래서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 그러나 편지의 그 말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요즈음 학자 가운데도 그런 자들이 많다.
정나라 사람으로 신발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먼저 자기 발의 길이를 재어 종이게 기록했으나 그 종이를 잊고 장에 갔다. 시장에서 신발을 보고는 말했다.
“칫수를 적은 쪽지를 잊고 왔구나.”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종이를 가지고 시장에 다시 나갔으나 장은 이미 파한 뒤였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여보시오. 신발을 신어 봤으면 됐을 것이 아니오.”
그 사나이가 대답했다.
“칫수를 적은 종이는 믿을 수 있어도 내 발은 믿을 수 없다.”
- 韓非子 第32篇 外儲說(左上)[309]-
郢人有遺燕相國書者, 夜書, 火不明, 因謂持燭者曰:「擧燭.」 而誤書「擧燭」. 擧燭, 非書意也. 燕相國受書而說之, 曰:「擧燭者, 尙明也 尙明也者, 擧賢而任之.」 燕相白王, 王大說, 國以治. 治則治矣, 非書意也. 今世學者多似此類.
鄭人有欲買履者, 先自度其足而置之其坐, 至之巿而忘操之. 已得履, 乃曰:「吾忘持度.」 反歸取之. 及反, 巿罷, 遂不得履. 人曰:「何不試之以足?」 曰:「寧信度, 無自信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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