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정신이 몸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21.유노.12)
정신이 몸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
- 한비자 제21편 유노[12]-
신체 가운데 구명이 있는 곳, 귀와 눈과 코와 입 등은 정신의 창문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귀와 눈이 기분 좋은 음곡이나, 아름다운 색채에 탐닉하여 그 힘을 방비하고, 정신력을 외부의 사물 때문에 완전히 소모하게 되면 자기 몸을 주재할 수 없게 된다. 자기 몸의 주재자가 없어지면 화복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노자는「문에서 나가지 않고도 천하의 모습을 알며, 창에서 내다보지 않고도 천도를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했다. 그 의미는 정신이 자기 몸에서 떠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조 양자는 왕어기에게 수레 모는 방법을 배웠는데 숙달되기도 전에 조급하게 왕어기와 경쟁하여 세 번이나 말을 바꾸었는데도 세 번 모두 뒤졌다.
양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조종술을 모두 가르쳐 주지 않은 모양입니다.”
왕어기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부를 가르쳐 드렸습니다. 다만 용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의 몸뚱이와 수레가 잘 어울려야 하고, 말의 기분을 잘 파악해야 빨리 달릴 수 있으며, 먼 곳까지 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뒤지면 앞지르려 초조해 하시고, 또 제 앞을 달리실 때는 혹시 제가 뒤쫓아오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셨습니다. 먼 거리를 말을 달려 경쟁을 할 경우에는 앞서거나 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앞서건 뒤지건 저에 대해 항상 신경 쓰고 계셨습니다. 그래서야 어찌 말의 마음을 살필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어른께서는 항상 제 뒤만 쫓게 되었던 것입니다.”
백공 승이 반란 음모에 몰두한 나머지, 조정에서 물러나와 지팡이를 거꾸로 짚어 그 끝의 뾰족한 쇠붙이로 턱이 찔려 피가 뚝뚝 흘러도 그것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정나라 사람이 이 말을 듣고「제 턱을 잊을 정도였으니 자기 소원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잊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자는「먼 곳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아는 것이 적다(노자 제47장)」고 했는데 이것은 지(知)가 먼 곳에까지 미치게 되면 가까이에 있는 일을 모른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하여 성인은 원근을 가려 일을 한다. 그래서 노자는「가지 않고도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한 것이다. 또 원근을 가리지 않고 내다볼 수 있으니 노자는「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한 것이다. 때의 상황에 따라 일을 계획하고, 일의 타고난 성질에 따라 공을 세우며, 만물의 능력을 사용하여 거기서 이익을 얻는다. 그래서 노자는「일부러 하지 않아도 성취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이다.
- 韓非子 第21篇 喩老[12]-
空竅者, 神明之戶牖也. 耳目竭於聲色, 精神竭於外貌, 故中無主. 中無主, 則禍福雖如丘山, 無從識之. 故曰:「不出於戶, 可以知天下 不窺於牖, 可以知天道.」 此言神明之不離其實也.
趙襄主學御於王子期, 俄而與於期逐, 三易馬而三後. 襄主曰:「子之敎我御, 術未盡也?」 對曰:「術已盡, 用之則過也. 凡御之所貴: 馬體安於車, 人心調於馬, 而後可以進速致遠. 今君後則欲逮臣, 先則恐逮於臣. 夫誘道爭遠, 非先則後也, 而先後心皆在於臣, 上何以調於馬? 此君之所以後也.」 白公勝慮亂, 罷朝, 倒杖而策銳貫顊, 血流至於地而不知. 鄭人聞之曰:「顊之忘, 將何爲忘哉!」 故曰:「其出彌遠者, 其智彌少.」 此言智周乎遠, 則所遺在近也. 是以聖人無常行也. 能並智, 故曰:「不行而知.」 能並視, 故曰:「不見而明.」 隨時以擧事, 因資而立功, 用萬物之能而獲利其上, 故曰:「不爲而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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