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겉만 보고 쓰지 말라(46.육반.6)
겉만 보고 쓰지 말라
- 한비자 제46편 6반[6]-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있으면 그 가운데 장님이 있어도 알 수 없고,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가운데 벙어리가 있어도 알 수 없다. 눈을 뜬 다음에 물건을 보여주고 질문을 해보아야 비로소 장님인지 벙어리인지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지 않으면 바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이며, 일을 시켜보지 않고는 무능한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말을 들어보고 그것이 도리에 적중하거든 그 사람에게 임무를 주어 그 공적의 유무를 조사해 보면 바보인지 아닌지 당장에 알 수가 있다.
장사를 찾아내려 할 때, 그 당사자의 말만 들어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솥이나 도마 따위를 들도록 해 보면 힘이 센지 약한지를 곧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직은 능력을 시험하는 솥에 해당하는 것이며, 사람에게 일을 맡겨보면 바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술수가 없는 자는 군주에게 임용되기 전에만 득의 만면할 것이며, 무능한 자는 일이 맡겨지기 전에만 득의만면할 것이다. 그래서 자기 말이 채택되지 않으면 그 말을 수식하여 웅변을 늘어놓을 것이며, 관직에 임용되지 않으면 몸을 치장하여 고상한 척 한다. 그래서 세상 군주는 그들의 웅변에 어리둥절하고, 그 고상한 풍채에 속아 그들을 예우하게 된다. 이것은 물건을 보여주지도 않고서 시력이 좋다고 판단하고, 답변도 들어보지 않고 벙어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일과 다를 것이 없으며, 그래서는 장님이나 벙어리를 식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와는 달리 현명한 군주는 신하의 말을 들어본 뒤에는 반드시 그것이 실용적인가 아닌가를 조사하며, 행위가 있은 다음에는 그 실적을 평가한다. 그래야만 낡은 탁상공론이 없어질 것이며, 오만이나 허위 따위도 본색이 드러날 것이다.
- 韓非子 第46篇 六反[6]-
人皆寐, 則盲者不知 皆嘿, 則喑者不知. 覺而使之視, 問而使之對, 則喑盲者窮矣. 不聽其言也, 則無術者不知 不任其身也, 則不肖者不知. 聽其言而求其當, 任其身而責其功, 則無術不肖者窮矣. 夫欲得力士而聽其自言, 雖庸人與烏獲不可別也 授之以鼎俎, 則罷健效矣. 故官職者, 能士之鼎俎也, 任之以事而愚智分矣. 故無術者得於不用, 不肖者得於不任. 言不用而自文以爲辯, 身不任而自飾以爲高. 世主眩其辯· 濫其高而尊貴之, 是不須視而定明也, 不待對而定辯也, 喑盲者不得矣. 明主聽其言必責其用, 觀其行必求其功, 然則虛舊之學不談, 矜誣之行不飾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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