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자아를 버리고 어린아이처럼 되어라 (잡편:23.경상초,5)
자아를 버리고 어린아이처럼 되어라 (잡편:23.경상초,5)
자아를 버리고 어린아이처럼 되어라
- 장자(잡편) 제23편 경상초[5]-
남영주는 노자 밑에 머물기를 자청하여, 그가 좋다고 생각하는 도덕을 추구하고, 자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버리자 열흘만에 근심이 멎었다. 그리고 나서 노자를 만나니 노자가 말했다.
“당신은 스스로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서 푹 익은 기운이 서리어 있는 듯하군요. 그러나 아직도 마음속에 얼마간의 악한 기운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밖의 일에 마음이 얽매어 있는 자는 마음이 번거로워 자제를 할 수 없을 것이니, 안으로 마음의 작용을 닫아 놓아야 합니다. 자기 안의 마음에 얽매어 있는 사람은 생각이 뒤엉키어 자제를 할 수 없을 것이니, 밖으로 보고 듣는 것을 닫아버려야 합니다. 밖이나 안으로 얽매여 있는 자는 도덕을 지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위대한 도를 따라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남영주가 말했다.
“마을 사람이 병들어 다른 마을 사람이 문병을 갔을 때, 앓고 있는 사람이 그의 병에 대하여 얘기할 수 있다면, 그의 병은 아직 대단한 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생님께 위대한 도에 대하여 듣는다는 것은, 비유를 하자면 마치 약을 먹음으로써 병을 도지게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삶을 보양하는 방법에 대하여 듣고 싶을 따름입니다.”
노자가 말했다.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란 위대한 도 하나를 지니는 것이며, 자기 본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점치는 것에 의하여 자기의 길흉을 판단하려 들지 않아야 하고,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인위적인 행위를 그만둘 수 있어야 합니다. 남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자기를 충실히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행동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마음은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아이처럼 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데, 그것은 지극히 자연과 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루 종일 주먹을 쥐고 있어도 손이 저리지 않는데 그것은 자연의 덕과 일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보면서도 눈을 깜빡이지 않는데 밖의 물건에 대하여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길을 가도 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앉아 있어도 할 일을 알지 못합니다. 밖의 물건에 순응하고 자연의 물결에 자신을 맡깁니다. 이것이 삶을 보양하는 방법입니다.”
남영주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지극한 사람의 덕이라는 것입니까?”
노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어름이 풀려 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상태를 얘기한 것입니다. 지인이란 사람들과 더불어 땅 위에 함께 어울려 살고, 자연을 함께 즐기는 사람입니다. 사람과 물건이나 이익과 피해 때문에 남과 다투지 않으며, 남들에 비해 괴상한 짓을 하지도 않고, 어떤 모의도 하지 않고, 어떤 일도 이루려 들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갔다가 아무 거리낌없이 돌아옵니다. 이것을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라고도 말합니다.”
남영주가 말했다.
“그러면 그것으로 극치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노자가 말했다.
“아직 충분하지 못합니다. 내가 이미 당신에게 얘기하기를 아이와 같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란 움직이지만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고, 걷지만 자기가 가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몸은 마른 나무의 가지와 같고, 마음은 식은 재와 같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재난도 닥칠 수 없고, 행복도 찾아올 수 없습니다. 재난도 행복도 있지 않은데 어찌 사람의 재해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 莊子(雜篇) 第23篇 庚桑楚[5]-
南榮趎請入就舍, 召其所好, 去其所惡, 十日自愁, 復見老子.
老子曰:「汝自酒濯, 熟哉鬱鬱乎! 然而其中津津乎猶有惡也. 夫外韄者不可繁而捉, 將內揵. 內韄者不可繆而捉, 將外揵. 外內韄者, 道德不能持, 而況放道而行者乎!」
南榮趎曰:「里人有病, 里人問之, 病者能言其病, 然其病病者, 猶未病也. 若趎之聞大道, 譬猶飮藥以加病也, 趎願聞衛生之經而已矣.」
老子曰:「衛生之經, 能抱一乎? 能勿失乎? 能无卜筮而知吉凶乎? 能止乎? 能已乎? 能舍諸人而求諸己乎? 能翛然乎? 能侗然乎? 能兒子乎? 兒子終日嗥而嗌不嗄, 和之至也. 終日握而手不掜, 共其德也. 終日視而目不瞚, 偏不在外也. 行不知所之, 居不知所爲, 與物委蛇, 而同其波. 是衛生之經已.」
南榮趎曰:「然則是至人之德已乎?」
曰:「非也. 是乃所謂氷解凍釋者, 能乎? 夫至人者, 相與交食乎地而交樂乎天, 不以人物利害相攖, 不相與爲怪, 不相與爲謀, 不相與爲事, 翛然而往, 侗然而來. 是謂衛生之經已.」
曰:「然則是至乎?」
曰:「未也. 吾固告汝曰:‘能兒子乎?’ 兒子動不知所爲, 行不知所之, 身若槁木之枝而心若死灰. 若是者, 禍亦不至, 福亦不來. 禍福无有, 惡有人災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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