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어렵다(2.황제.14)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어렵다
- 열자;제2편 황제[14]-
열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도중에 되돌아오는 길에 백혼무인을 만났다. 백혼무인이 열자에게 물었다.
“어디를 갔다 되돌아오는 길이냐?”
열자가 말하였다.
“제나라로 가다가 놀라서 그만 되돌아오는 길입니다.”
백혼무인이 다시 물었다.
“무엇 때문에 놀랐느냐?”
열자가 대답하였다.
“제나라로 가는 도중에 음식을 파는 집을 열 집쯤 들렀는데, 열 집 중 다섯 집 정도에서 제게 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나를 믿고 음식부터 내주었습니다.”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그것이 그렇게 놀랄 일이냐?”
열자가 말하였다.
“제 마음속에 성실성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겉모양만으로 남에게 훌륭하게 보여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또 사람들이 아직 나이 젊은 저를 노인을 대우하듯 하니 마음이 산란하였습니다. 또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이익을 위하여 밥과 국을 만들어 돈벌이를 하지만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이익도 적고 아무 세력도 없는데 나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그렇게 공경하였습니다. 그러니 국가를 위하여 몸을 고되게 하고, 업무를 처리하는데 지혜를 쓰기에 바쁜 제나라 임금이 저를 만나 저에게 나라 일을 맡기고 성과를 바라게 되면 큰일이라 생각되어 두려운 마음에 바삐 돌아오는 길입니다.”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잘 생각하였다. 너는 그렇게 처신을 잘 하여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장차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 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 몇 일이 되지 않아 백혼무인이 열자의 집에 가보니 문 앞에 사람들의 신발이 가득하였다. 그는 북쪽을 향하여 짚고 왔던 지팡이를 세워놓고 그 위에 턱을 괴고 한동안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다. 밖에서 손님을 안내하던 사람이 그 사실을 열자에게 알렸다. 열자는 신발을 신을 사이도 없이 맨 발로 달려나가 겨우 백혼무인의 집 문 앞에서 백혼무인을 만나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 집까지 오셨다가 어찌 약이 될 가르침 한마디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이미 틀려버렸다. 내가 전에 너에게 말하기를「세상 사람들이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는데, 오늘 너의 집을 찾아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세상사람들이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네가 사람들에게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도록 한 것은 아니겠지만. 네가 사람들이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지 못하도록 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애쓰지만 자기를 이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이다. 너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이냐? 네가 사람들에게 은혜를 먼저 베풀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각 달리 생각하여 너에게 감동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사람들이 너에게 감동하게 되면 너 자신도 사람들에 의해 흔들리게 될 것이니, 도를 배우는 데는 이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너와 어울리는 사람들은 모두 너의 근본을 흔드는 사람들이지 너에게 잘못을 충고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의 간사한 말은 모두 사람에게 해로운 독이 되는 것이다. 만일 네가 느끼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면 누구를 스승으로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列子;第2篇 黃帝[14]-
子列子之齊, 中道而反, 遇伯昏瞀人. 伯昏瞀人曰:「奚方而反?」 曰:「吾驚焉.」「惡乎驚?」「吾食於十漿, 而五漿先饋.」伯昏瞀人曰:「右是則汝何爲驚已?」曰:「夫內誠不解, 形諜成光, 以外鎭人心, 使人輕乎貴老, 而제其所患. 夫漿人特爲食羹之貨無多餘之贏 其爲利也薄, 其爲權也輕, 而猶若是. 而况萬乘之主, 身勞於國, 而智盡於事 彼將任我以事, 而效我以功, 吾是以驚.」伯昏瞀人曰:「善哉觀乎!汝處己, 人將保汝矣.」無幾何而往, 則戶外之屨滿矣. 伯昏瞀人北面而立, 敦杖蹙之乎頤, 立有閒, 不言而出. 賓者以告列子. 列子提履徒跣而走, 曁乎門, 問曰:「先生旣來, 曾不廢藥乎?」曰:「已矣. 吾固告汝曰:, 人將保汝, 果保汝矣. 非汝能使人保汝, 而汝不能使人無汝保也, 而焉用之感也? 感豫出異. 且必有感也, 搖而本身, 又無謂也. 與汝遊者, 莫汝告也. 彼所小言, 盡人毒也. 莫覺莫悟, 何相孰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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